제로웨이스트

제로웨이스트, 왜 ‘완벽함’이 아니라 ‘방향’이 되어야 하는가

wavy-days 2025. 6. 30. 00:24

제로웨이스트는 완벽함이 아니라 방향

제로웨이스트, 그 ‘단어’가 주는 부담부터 내려놔야 한다

‘제로웨이스트(Zero-Waste)’라는 단어는 언뜻 들으면 굉장히 극단적이고 완벽을 요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쓰레기를 하나도 만들지 말자’는 뜻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 개념이 지향하는 본질은 ‘쓰레기를 아예 만들지 않는 삶’이 아니라,

‘최대한 쓰레기를 줄이려는 지속적인 노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로웨이스트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많은 사람들은 ‘완벽하게 실천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강박에 시달리곤 한다.

 

예를 들어, 장을 볼 때 플라스틱이 포함된 제품을 사면 스스로를 자책하거나,

외출 중 일회용 컵을 사용한 것에 대해 큰 죄책감을 느낀다.

 

이러한 심리적 압박은 오히려 지속 가능한 실천을 방해하고, ‘처음부터 시도조차 하지 않는’ 상태로 이어지기도 한다.

결국 제로웨이스트는 어떤 도달점이 아니라 ‘지향점’으로 바라봐야 한다. 나아가는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한 이유다.

 

특히 SNS나 커뮤니티에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사람들의 사례를 보면,

유리병에만 담긴 식재료, 수세미 대신 솔잎으로 설거지하는 장면 등 다소 극단적이고 비현실적인 이미지가 자주 노출된다

 

이런 콘텐츠는 자칫 ‘제로웨이스트는 이 정도는 해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게 된다.

하지만 제로웨이스트의 본질은 정해진 방식이나 규칙을 따르는 게 아니라,

각자의 삶의 구조 안에서 가능한 최선을 모색하는 것이다.

 

도전이 아닌 일상으로 녹아들어야 실천도 가능하고, 의미도 깊어진다.

 

 

방향 중심의 제로웨이스트는 일상의 ‘의식’을 바꾼다

완벽을 목표로 하는 제로웨이스트는 종종 실패감으로 끝나지만,

방향으로 받아들이면 삶의 의식 수준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매번 장바구니를 잊지 않고 챙기는 것이 어렵더라도,

최소한 다음부터는 꼭 챙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 바로 의식의 변화다.

 

그것은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기술적 해결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어떻게 구성할지에 대한 인식의 전환에서 비롯된다.

 

나 같은 경우에도 처음엔 모든 포장재를 거부하려고 했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걸 인정한 이후에는 ‘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선택’을 하게 됐다.

 

리필 가능한 제품을 선택하거나,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순서를 머릿속으로 계산하며 쇼핑을 하는 습관이 생겼다.

중요한 건 ‘완벽하게 제로’가 아니라, ‘의도 있는 소비’를 한다는 점이다.

바로 그 지점이 제로웨이스트가 추구하는 핵심이다.

 

이런 생활 속 선택은 단순한 소비 습관의 변화가 아니라,

‘이 물건은 왜 이 포장으로 되어 있을까?’ ‘이 쓰레기는 어디로 가는 걸까?’ 같은 질문을 자주 던지게 만든다.

 

이 질문이 누적될수록 삶의 중심축이 ‘소비’에서 ‘책임’으로 이동한다.

제로웨이스트는 단순히 포장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는 내가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거절하는지를 통해 삶의 주체성을 되찾는 과정이기도 하다.

내가 소비의 흐름에서 주도권을 잡는다는 감각은 의외로 심리적 안정감도 제공한다.

내 삶을 내가 조절하고 있다는 기분은, 지속 가능한 실천의 중요한 기반이 된다.

 

환경을 지키기 전에 ‘나’를 먼저 지켜야 실천이 지속된다

 

많은 제로웨이스트 실천자들이 중도에 포기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의 일상에 무리를 주면서까지 실천하려 하기 때문이다.

 

매번 천 가방을 챙기고, 대중교통을 고집하고, 일회용품을 완전히 배제하려다 보면 일상이 피곤해지고

때로는 주변 사람들과 마찰도 생긴다.

 

그때 깨달았다. 나 자신을 지치게 하면 아무리 의미 있는 일도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걸.

 

제로웨이스트는 나를 희생하는 운동이 아니라,

나와 지구 모두를 위한 라이프스타일이어야 한다.

 

그렇기에 실천의 강도보다도 지속할 수 있는 리듬이 훨씬 더 중요하다.

어느 날은 일회용 컵을 쓰게 될 수도 있고, 어떤 날은 플라스틱 포장이 된 식품을 사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걸 인식하고 ‘다음엔 더 나은 선택을 하자’고 생각하는 태도가 곧 제로웨이스트의 방향성이다.

실천은 작아도, 의식은 점점 확장된다.

 

‘해야 한다’는 압박보다는 ‘하고 싶다’는 동기가 생겼을 때,

사람은 변화에 오래 머물 수 있다.

 

제로웨이스트 역시 마찬가지다.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보다는,

그 불편함 속에서 발견한 가치가 나에게 어떤 만족감을 주는지를 인식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예를 들어 다회용기를 사용할 때 생기는 번거로움도 있지만,

그것을 반복하다 보면 일상 속 루틴이 된다.

 

처음에는 의식적으로 해야 했던 행동이 나중엔 자연스러운 습관이 되듯이,

제로웨이스트도 ‘노력’이 아니라 ‘생활’로 자리 잡게 된다.

 

그렇게 되면 그 실천은 더 이상 힘든 일이 아니라,

나답게 살아가는 한 방식이 된다.

 

결국, 제로웨이스트는 ‘생활의 태도’로 남는다

 

제로웨이스트는 단기간에 성취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아니다.

그것은 한 개인의 소비, 정리, 시간 관리, 심지어 관계맺기 방식까지 전반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라이프스타일이다.

 

플라스틱 포장을 피하려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역 마트 대신 재래시장으로 발길을 돌리게 되었고,

장을 줄이기 위해 직접 만든 제품을 사용하게 되면서 생활이 단순해졌다.

 

그렇게 하면서 깨닫게 된다. 제로웨이스트는 환경을 지키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나답게 살기 위한 철학’이기도 하다는 것을.

 

완벽함을 추구하면 실패가 따라오지만,

방향을 향한 꾸준한 태도는 실천을 가능하게 하고 결국은 습관이 된다.

 

제로웨이스트는 완벽한 사람들의 운동이 아니라,

불완전한 우리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방식이다.

방향이 선명하면, 느려도 괜찮다.

중요한 건 ‘그 방향으로 계속 걸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속 가능한 삶은 거창한 계획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오히려 아주 사소한 변화, 예를 들면 매일 마시던 커피를 일회용 컵이 아닌 텀블러에 담는 행동에서 비롯된다.

작은 습관은 시간과 함께 커다란 태도로 성장한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제로웨이스트는

'완벽하게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작은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더 나은 선택을 반복하려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매일의 삶 속에서 조금씩 쌓여가는 ‘선택의 흔적’이,

결국 지구와 나를 함께 지켜내는 힘이 된다.

 

환경을 위한 삶은 결국 스스로를 존중하는 삶으로 이어진다.

나의 생활이, 나의 철학이 되고, 그것이 다시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다.

 

그것이야말로 제로웨이스트가 추구하는 진짜 가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