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

제로웨이스트 건축이 만드는 탄소중립의 길

제로데이즈 2025. 8. 12. 22:22

 

이전 글에서 건축은 건축 산업은 전 세계 탄소배출의 39%를 차지하며

기후위기에 있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산업 중 하나라고 했었다.

 

특히 건축 산업에서 상당 부분이 건축 자재 생산과 시공 과정에서 발생하며,

이는 한 번 건물을 세우면 수십 년 동안 고스란히 탄소발자국으로 남는다.

 

이에 대응해 세계 여러 도시와 건축가는 제로웨이스트 건축이라는 새로운 해법을 실험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다양한 지역에서 실현된 실제 제로웨이스트 건축 사례를 살펴보고,

각 프로젝트가 어떻게 기후위기 대응과 지속가능한 도시 설계에 기여하고 있는지 분석하고자 한다. 

 

세계 제로웨이스트 건축 사례

제로웨이스트 건축 사례1,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서큘러 파빌리온(Circular Pavilion)

암스테르담은 유럽 내에서 순환경제와 제로웨이스트 건축의 선두 주자로 평가받는다.
그 중심에는 ABN AMRO 은행 본사 인근의 서큘러 파빌리온(Circular Pavilion)이 있다.


이 건물은 전체 자재의 60% 이상이 재활용 재료로 구성되었으며,

설계 단계부터 ‘해체 후 재사용’을 전제로 했다.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건물의 모든 부품에 자재 여권(Material Passport)을 부여했다는 점이다.

자재 여권이란, 건물에 사용된 자재의 종류·출처·재활용 가능성·수명·환경영향 등을

기록한 ‘자재 신분증’ 같은 개념으로 
이를 통해 건물이 해체될 때, 어떤 자재를 어떻게 회수하고 재사용할 수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있다.

이 시스템은 건축 자재를 단순한 ‘소모품’이 아니라 재활용 가능한 자산으로 인식하게 만들고,

폐기물 발생을 획기적으로 줄이며, 재활용 시

신규 자재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와 탄소배출을 크게 절감할 수 있게 한다. 

 

자재 여권을 부여하는 것과 더불어서

구조재는 해체된 창고와 교량에서 회수한 목재와 강철을 사용했고,
내벽 마감에는 재활용 석고보드와 재생 플라스틱 패널을 적용했다.
또한 접착제 대신 볼트와 나사를 활용해, 해체 후 재조립이 용이하도록 설계했다.


이러한 접근 덕분에 자재 생산·운송 과정에서의 탄소배출이 약 35% 절감됐고,
향후 재사용까지 고려하면 전체 탄소발자국을 50% 이상 줄일 수 있는 구조를 갖추었다.

 

제로웨이스트 건축 사례2, 일본 도쿠시마현의 가미카쓰 제로웨이스트 센터

일본의 작은 시골 마을 가미카쓰는 쓰레기 80% 이상을 재활용하는

‘제로웨이스트 마을’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는데, 

이 마을의 중심에는 제로웨이스트 센터(WHY)라는 건물이 있다.

 

제로웨이스트 마을 답게 센터 건축에는 

마을에서 수거된 폐목재, 해체된 주택 자재, 중고 창문과 문틀 등 재활용 재료를 사용하였고,

내부 인테리어에도 재활용 가구와 조명, 폐철재를 가공한 구조물이 활용하였다.

 

외벽에는 서로 다른 색과 크기의 중고 창문이 규칙 없이 배치되어 독특한 미감을 주는데,

이는 ‘마을의 쓰레기 자원을 그대로 보여주는 디자인’이라는 철학을 반영하고 있다. 

 

이렇게 완성된 제로웨이스트 센터(WHY)는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마을 방문객을 위한 숙박 시설, 자원순환 교육,

지역 주민들의 소통 공간인 마을의 허브로 이용되면서, 

 

이 프로젝트가 제로웨이스트 건축이 단지 기술이 아니라

지역 정체성과 문화까지 담아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제로웨이스트 건축 사례3, 호주 멜버른의 나이팅게일 하우징(Nightingale Housing)

호주 멜버른의 나이팅게일 하우징은 단순한 건축 프로젝트를 넘어,

지속가능성과 공동체 가치를 결합한 새로운 주거 모델로 평가받는다.

 

이 프로젝트의 출발점은 “모든 사람이 살기 좋은 집을,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공급하자”는 목표였다.

 

이에 나이팅게일 팀은 새로운 건물을 짓기 보다는

폐공장, 창고 및 주차장을 정비하여 사회주택 단지를 조성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건물 설계 단계에서부터 제로웨이스트 건축 원칙을 적용했다.

이를 위해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최소화하고,

기존 건물에서 회수한 재료를 적극적으로 재사용했다.

외벽과 구조에는 재활용 벽돌과 폐목재, 해체된 건물에서 나온 창문틀이 사용되었으며,

시공 과정에서 발생한 폐기물의 90% 이상이 재활용되었다.

 

이 프로젝트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모듈형 설계와 해체 가능한 구조다.

건물의 주요 부품과 마감재는 볼트와 조인트로 연결되어 있어,

필요 시 해체 후 다른 건물이나 인테리어에 재사용할 수 있다.

이는 건물의 수명이 다했을 때 발생하는 막대한 건축 폐기물을 원천적으로 줄이는 효과를 낳는다.

 

내부 설계 역시 기능성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했다.

예를 들어, 각 세대에는 개별 세탁기가 없고 대신

공용 세탁실이 마련되어 있어 에너지와 물 사용을 절감한다.

옥상에는 공유 텃밭이 조성되어 주민들이 직접 채소를 재배할 수 있으며,

일부는 지역 커뮤니티와 나눌 수 있도록 운영된다.

 

나이팅게일 하우징은 환경 성과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 창출에도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입주민들은 리필 스테이션, 자전거 보관소, 공유 전기차 등

다양한 친환경 생활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고,

건물 주변에는 자동차 주차 공간이 제한적으로만 제공되어

대중교통과 자전거 이용을 장려한다.

 

이러한 설계 철학 덕분에 입주민의 생활 탄소발자국이 일반 아파트 거주자보다 훨씬 낮다.

또, 건물 운영 과정에서의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고성능 단열재와 자연 환기 설계를 적용해 냉난방 부담을 줄였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점은 나이팅게일 하우징이

단순히 ‘친환경 건물’이 아니라 살아있는 커뮤니티라는 것이다.

입주민들은 공동체 행사와 지속가능한 생활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자원순환과 에너지 절약이 일상적인 문화로 자리 잡는다.

 

이러한 공동체 중심의 주거 모델은 멜버른뿐 아니라 호주 전역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고,

해외 도시들에서도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나이팅게일 하우징은 결국,

건축이 어떻게 환경과 사회, 그리고 사람의 삶을 동시에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제로웨이스트 건축의 확산 가능성

이들 사례를 종합해 보면,

제로웨이스트 건축은 ▲재료의 재사용·재활용 ▲해체 가능한 설계

▲운영 에너지 최소화 ▲커뮤니티 기능 결합이라는 네 가지 공통점을 가진다.

 

또한, 단순한 건물 하나를 넘어 도시의 기후위기 대응 전략, 지역경제 활성화,

문화 정체성 강화까지 포괄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재료 여권, 모듈형 건축, 바이오 기반 소재 같은 요소는

앞으로 국제 건축 표준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

제로웨이스트 건축은 더 이상 ‘실험적인 시도’가 아니라,

탄소중립 시대의 필수 인프라로 확산될 것이다.

 

이 외에도 나라마다 다양한 제로웨이스트 건축 사례가 있기에, 

다음에는 다른 나라의 제로웨이스트 건축에 대해서 다뤄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