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를 위해 쓰레기 절반을 줄였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삶이 달라졌다
처음 제로웨이스트를 시작했을 때 나는 정말 소극적인 실천자였다.
어쩌다 플라스틱 컵을 한 번 덜 쓰고, 장바구니를 가끔 챙기는 정도.
하지만 내 삶의 리듬이 바뀌면서, 그 작은 실천이 점점 루틴이 되었고,
나는 어느 순간 매주 내놓는 쓰레기 봉투의 양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놀라웠다. 더운 여름에도 악취 없이 주방을 유지할 수 있었고,
분리배출 스트레스도 현저히 줄었다.
그보다 더 놀라운 건 “내가 바꾼 것보다, 내가 안 바꾼 게 더 적다”는 점이었다.
다시 말해,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모든 걸 극단적으로 바꾼 게 아니라,
아주 사소한 루틴을 조정했을 뿐이다.
이번 글에서는 내가 직접 실천하면서 쓰레기 양을 줄였던
아주 현실적인 제로웨이스트 팁 10가지를 소개하려고 한다.
이 팁들은 모두 번거롭지 않으면서도 지속 가능하고,
심리적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실천 위주로 골랐다.
‘제로’가 아니어도 좋다. 반(半)제로부터 시작해도 충분하다
주방과 식생활에서 실천한 제로웨이스트 4가지 팁
1. 비닐봉투 대신 실리콘백 사용
음식을 보관하거나 남은 재료를 보관할 때
무의식적으로 비닐 봉투를 사용하곤 했다.
요리를 자줒 하는 날이면 적게는 1~2개에서 많게는 4~5개씩 하루에 비닐 봉투를 사용했다.
음식물이 묻다 보니 재활용도 하지 않고 버려지는 비닐 봉투를 보며,
이대로는 안 되겠다 생각이 들어 실리콘백을 사용했다.
음식물이 묻어도 쉽게 세척할 수 있고,
밀폐도 잘되어 아주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2. 최대한 마트 대신 전통 시장으로
원하는 제품을 언제나 신선하게 구매할 수 있는 마트는 매우 편리하지만,
대부분의 제품이이 비닐 봉지에 포장되어 있어,
쇼핑 후 나오는 쓰레기가 많다.
그래서 시간이 될 때는 전통시장을 이용해 물건을 구입하곤다.
일단 무조건 포장되어 있는 수량을 사야만 하는 마트 대신
원하는 만큼만 살 수 있어서 더 효율적이며,
장바구니 하나로 담아 오면 마트보다 훨씬 적응 양의 쓰레기가 발생한다.
3. 생수 구입하는 대신에 필터형 정수기 사용
요리나 음료에 꼭 필요한 생수.
정수기는 설치 비용이 부담스러워
매번 생수를 구매했지만,
일주일에도 몇 개씩이나 나오는 일회용 플라스틱 병은
처리하는 게 곤란했다.
그러던 중 수돗물을 정수로 필터해주는
필터형 정수기를 알게 되어 사용하였는데,
물맛도 좋고 냄새도 나지 않아 매우 만족스럽다.
또한, 다 사용한 필터를 잘 말려서
제조사에 회수를 요청하면 회수해서 재활용이 가능해
필터 처리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4. 야채 껍질·버리는 부분까지 활용하는 습관
당근 껍질, 무청, 브로콜리 줄기 등은 버리는 게 익숙하지만,
이들을 모아 국물 육수로 활용하면 음식물 쓰레기 양은 줄고,
맛은 더해지는 일석이조 효과가 있다.
쓰레기를 줄이는 동시에 ‘내가 요리를 잘하고 있다는 뿌듯함’까지 얻을 수 있다.
욕실과 세탁에서 실천하는 제로웨이스트 3가지 팁
5. 고체 샴푸바, 바디 비누 사용
액상 제품은 대개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있어 사용 후 버릴 것이 남는다.
나는 몇 년 전부터 고체 샴푸바와 바디비누로 전환했다.
처음 사용했을 때만 해도 제품이 많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시중에 굉장히 많은 제품들이 나와 있다.
거품도 풍부하고 향도 좋아서 취향에 맞는 제품을 선택해서 쓰면 된다.
무포장 혹은 종이 포장 제품을 선택하면 쓰레기 발생량이 확연히 줄어든다.
6. 리필하여 사용하는 세탁세제
매번 버리게 되는 세탁 세제 플라스틱 통들.
나는 리필 가능한 통을 마련하고, 리필스테이션에서 필요한 만큼만 채워 왔다.
세탁 세제 말고도 주방 세제도 리필스테이션에서 채워올 수 있는데,
이건 '자주 버려지는 플라스틱'을 줄이는 효과적인 팁이다.
7. 섬유유연제 대신 구연산 사용
섬유유연제에서 발생하는 미세플라스틱은
하수로 흘러가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섬유유연제 역할을 하는 구연산을 사용한다.
물에 구연산을 섞기만 하면 무척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건 직접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쓰레기지만,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실천이다.
외출·쇼핑·배달에서 실천한 제로웨이스트 3가지 팁
8. 텀블러, 도시락통 루틴화
텀블러는 처음엔 귀찮다. 챙기기 어렵고 무겁다.
하지만 하루에 한 잔씩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라면,
일주일이면 7개의 일회용컵이, 한 달이면 30개, 1년이면 360개가 쌓인다.
나는 텀블러를 ‘항상 들고 다니는 아이템’으로 만들었다.
가방 안에 항상 들어 있는 물병처럼.
도시락통도 마찬가지다. 포장 없는 음식을 담기 위한 나만의 용기를 챙기면
패스트푸드나 배달에서 나오는 쓰레기 대부분을 차단할 수 있다.
9. 종이 가방·택배 포장 재활용 체계 만들기
쇼핑은 되도록 오프라인에서 장바구니를 들고 해결하되,
부득이하게 온라인 주문을 할 경우
택배 박스와 포장지를 분류해서 재활용하는 체계를 마련했다.
내 경우 종이 가방 및 박스는 여러 물건들을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하고
에어캡, 완충재 등은 재사용 가능하도록 별도 정리함에 담아두고 있다.
10. 충동구매 차단용 '구매 대기 리스트' 활용
가장 중요한 팁은 심리적 실천이다.
나는 ‘사야겠다’고 느낀 물건을 바로 사지 않고, 최소 3일간 ‘구매 대기 리스트’에 적어둔다.
이 리스트는 일주일 후 확인되며, 여전히 필요하다 느껴지는 항목만 구매한다.
이 과정은 내 소비 습관을 바꿨고, 결과적으로 쓰레기 발생량까지 줄였다.
사지 않는 것이 최고의 제로웨이스트라는 진리를 체감하게 해준 방법이다.
제로웨이스트 실천, 쓰레기를 줄이는 건 ‘물리적 정리’보다 ‘의식적 선택’
쓰레기 배출량을 줄인다고 하면 대부분은 ‘버릴 걸 덜 산다’고만 생각한다.
맞는 말이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무엇을 왜 선택하는가’를 자각하는 습관이다.
제로웨이스트는 사실상 ‘나를 정리하는 일’에 가깝다.
어떤 물건을 내 공간에 들일 것인지, 어떤 소비가 내 삶의 방향성과 맞는지를 판단하면서
자연스럽게 불필요한 물건과 쓰레기가 줄어든다.
나는 이제 일회용 컵을 보면 ‘간편하다’는 생각보다
‘한 번 쓰고 버리는 자원 낭비’라는 감정이 먼저 떠오른다.
이러한 인식 전환은 노력이라기보다 습관이 바뀐 결과다.
쓰레기 절반을 줄이려는 게 목표가 아니었다.
다만 ‘내 삶을 무겁게 만드는 것들을 하나씩 덜어내자’는 마음에서 시작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쓰레기뿐 아니라 불필요한 시간, 감정, 비용도 함께 줄어들었다.
가벼운 삶이란 결국, 덜어낼 줄 아는 삶이라는 걸 이제는 확실히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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