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많은 쓰레기’가 쌓이는 공간, 화장실에서 시작하는 제로웨이스트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며 가장 늦게 손댄 공간이 바로 ‘화장실’이었다.
주방이나 쇼핑은 비교적 쉽게 바꿀 수 있었지만,
화장실은 민감한 제품과 위생, 편리함이 중요한 공간이기에 변화에 부담이 컸다.
하지만 어느 날, 내가 사용하는 면봉, 일회용 면도기, 칫솔, 생리대, 휴지 등
모든 제품이 한 번 쓰고 버려지는 구조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특히 생리대는 1회 사용량도 많고,
흡수체에 쓰이는 화학물질과 플라스틱 코팅은 환경뿐 아니라 내 몸에도 장기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뒤
화장실이야말로 진짜 제로웨이스트가 시작돼야 할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이 공간은 매일 사용하는 곳이기에
작은 변화가 실천 루틴으로 연결되기 쉽다는 장점도 있다.
그래서 나는 욕실 제로웨이스트 전환을 결심했고,
이제 그 경험을 솔직하게 공유해보려 한다.
생리대, 탐폰 대신 탐컵과 면생리대로 바꾼 제로웨이스트 경험
생리대를 바꾸는 일은 가장 조심스러웠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생리컵(탐컵)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았고,
불편하다는 인식도 강했다.
하지만 ‘내가 매달 버리는 생리대가 수십 개’라는 사실과
그게 플라스틱에 둘러싸여 분해까지 수백 년이 걸린다는 자료를 보고 나선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영역이라 느꼈다.
처음엔 면생리대부터 시도했다.
흡수력이나 세탁의 번거로움이 걱정됐지만, 예상보다 나쁘지 않았다.
나는 외출 시엔 탐컵, 집에서는 면생리대를 병행했다.
탐컵은 적응하는 데 2~3개월이 걸렸지만,
한 번 자리를 잡고 나니 생리 기간 동안 쓰레기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엄청난 해방감을 느꼈다.
게다가 피부 트러블도 줄었고, 장기간 앉아 있어도 습함이나 냄새 문제가 없어졌다.
이건 단순한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넘어서,
‘내 몸의 건강도 함께 지키는 변화’였다는 점에서 매우 만족스러운 전환이었다.
제로웨이스트를 위해 플라스틱 칫솔을 대체한 대나무 칫솔 & 고체 치약
칫솔은 생각보다 교체 주기가 빠르다.
보통 1~2달마다 갈아야 하니, 1년이면 버려지는 칫솔이 6개 이상이다.
그런데 대부분 칫솔은 플라스틱 손잡이와 나일론모로 되어 있어
재활용이 거의 불가능한 구조다.
생분해성이 뛰어난 대나무라는 친환경 소재를 활용하여 만든대나무 칫솔은
하나를 사면 18g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몇 년 전부터 대나무 칫솔을 쓰기 시작했다.
대나무 칫솔은 생분해가 가능하고, 브랜드에 따라 브러시도 생분해 소재인 경우가 있다.
사용감도 처음엔 낯설었지만, 오히려 손에 잘 잡히고 디자인도 심플해서
지금은 오히려 일반 칫솔보다 선호하게 됐다.
치약도 액상 튜브 대신 고체 치약으로 바꿨다.
처음엔 불편했지만 치약 튜브 하나가 재활용되지 않는 채로 수천만 개씩 매립된다는 통계를 보고
단순히 불편하다고 회피할 수 없다고 느꼈다.
사용해 보니 그 장점이 확실하다.
가장 큰 장점은 편리성과 효용성이다.
기존 치약처럼 짤 때 정량 이상 흘러내릴 염려가 없으며
한 번 양치를 할 때 한 알을 사용하여 정량을 지킬 수 있고
한 알씨 꺼내 사용하므로 위생적이다.
또한 외출, 여행 등 필요에 따라 옮겨닮을 때도
흐트러지지 않고 샐 염려가 없어서 보관 및 휴대가 매우 용이하다.
사용법도 어렵지 않다.
고체 치약을 통에서 한 알 꺼내 입에서 깨물어 녹인 뒤
가글처럼 사용하거나 칫솔질을 하면 된다.
또한 칫솔질이 어려운 상황에서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작은 것부터 바꾸되, 지속 가능한 구조로 생활을 정렬하는 것이 핵심이다.
휴지, 면봉까지도 제로웨이스트로 위생과 편리함의 경계를 바꿔보다
화장실에서 가장 많이 쓰는 제품 중 하나는 휴지다.
그런데 이 휴지에 휴지를 하얗게 하기 위해,
물에 잘 짖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등
화학 물질이 많이 들어가 있다.
이런 화학 물질을 변기에 넣고 내린다면
물에 녹지도 않을 뿐더러 환경 오염을 유발한다.
처음엔 휴지를 바꾸는 건 생각도 못 했지만,
제로웨이스트 커뮤니티에서 물에 녹는 휴지와 비데 조합을 알게 된 후
생활습관을 조금씩 조정하기 시작했다.
비데를 활용하여 휴지 사용량을 반 이하로 줄이고
천연 펄프로 만든 휴지를 사용하면 환경 부담이 적다.
면봉도 작지만 엄연한 플라스틱으로
버려지는 양 역시 막대하다.
면봉도 대나무로 만들어져 자연분해가 되는 제품이나
일회용이 아닌 다회용이 가능한 면봉을 사용한다.
화장실은 결국 ‘가장 가까운 제로웨이스트의 시작점’
욕실과 화장실은 우리 몸과 가장 가까운 공간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사용하는 제품들은 대부분 짧은 시간 사용되고 바로 버려지는 일회용이다.
나는 이 공간을 바꾸며 환경과 내 몸 사이의 연결을 새롭게 인식하게 됐다.
제로웨이스트는 단지 쓰레기를 줄이는 게 아니라,
나의 일상과 가치관을 조율하는 과정이었다.
제품을 하나하나 바꾸면서 느낀 점은
“이건 내가 살아가는 방식 전체를 재설계하는 일”이라는 것.
매일같이 칫솔질하고, 씻고, 생리하고, 손을 닦는 그 평범한 행위들 속에서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만들어지는지를 체감하면서
나는 더이상 소비를 무의식적으로 반복할 수 없게 됐다.
지금은 욕실에서 나는 쓰레기가 거의 없다.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완벽한 실천’이 아니라
불완전하지만 꾸준한 전환 덕분이었다.
화장실 제로웨이스트는 번거로울 수 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얻는 생활의 정돈, 감정의 여유, 몸에 대한 배려는
절대 그 불편함보다 작지 않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그 공간에서 조용히, 환경운동을 시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