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 캠핑, 불가능할 것 같았던 도전을 시작하다
캠핑은 자연을 즐기기 위한 활동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캠핑이 끝난 후 그 자리에 남는 건 종종 ‘쓰레기 더미’다.
나는 그 사실이 늘 마음에 걸렸다.
일회용 그릇, 비닐 포장지, 플라스틱 병들로 가득한 쓰레기봉투를 보며,
‘자연을 즐기면서 자연을 해치고 있다’는 자괴감을 느꼈다.
그래서 이번에는 마음을 다잡고 제로웨이스트 캠핑에 도전해보기로 결심했다.
평소 서울에서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조금씩 하고 있었지만,
야외에서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캠핑장은 전기와 수도 사용이 제한적이고, 물건을 많이 챙길 수 없으며, 실용성과 편의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즉,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환경을 지키려는 전략이 필요했다.
첫 캠핑지는 경기도의 한 자연형 캠핑장이었다.
나무가 울창하여 숲이 아름다운 공간이었지만, 그만큼 철저한 준비가 필요했다.
내가 정한 제로웨이스트 캠핑 원칙은 세 가지였다.
1. 일회용품 사용 최소화,
2. 재사용 가능한 식기 및 용기 활용,
3. 쓰레기는 무조건 집까지 가져오기.
이 세 가지는 단순해 보이지만,
캠핑 준비와 실행 단계에서 엄청난 고민을 동반했다.
어떤 식기로 대체할지, 세척은 어떻게 할지, 음식물 쓰레기를 어떻게 줄일지 하나하나 체크해야 했다.
나는 캠핑이 단지 ‘쉬는 시간’이 아닌, 가장 적극적인 환경 실천의 장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고,
이 글을 통해 그 과정을 나누고자 한다.
캠핑용품부터 바꿔야 제로웨이스트가 시작된다
제로웨이스트 캠핑을 하려면 가장 먼저 바꿔야 할 것이 캠핑용품이다.
대부분의 캠핑용품은 일회용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플라스틱 식기세트, 종이컵, 휴대용 비닐봉투, 일회용 숯불세트는
캠핑을 다니는 사람들이라면 흔히 사용하는 아이템이다.
특히 짐이 많아지면 무게가 무거워지다 보니까
나는 생각보다 많은 일회용품으로 캠핑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먼저 기존의 일회용 용품을 배제하고,
다회용으로 바꿀 수 있는 대체품을 모으기 시작했다.
가벼운 스테인리스 컵과 접시, 실리콘 보관팩, 밀폐용기 등 재사용이 가능한 친환경 용품은
초기에 약간의 투자 비용이 들어서 구매를 망설이고 있었지만,
장기적으로는 훨씬 경제적이기에 캠핑에 용이한 가벼운 제품들로 구매하였다.
음식을 담을 용기도 고민이었다.
보통 캠핑 음식은 포장된 상태로 많이 가져가기 때문에, 비닐 사용이 어마어마했다.
나는 밀폐용기에 사전에 조리할 재료를 전부 소분해 담아갔고,
야채와 과일도 비닐 대신 실리콘팩에 담았다.
무엇보다 매번 캠핑을 할 때마다 부족한 것보다는 남는 것이 낫다는 마음으로
음식을 넉넉히 준비해갔으나, 매번 다 먹지 못하고 돌아오는 것이 일상다반사였기에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 욕심내지 않고먹을 만큼만 준비했다.
얼음도 캠핑장 근처에 도착해서 일회용품에 담긴 얼음을 구매하는 것 대신,
집에서 얼린 얼음을 보존이 잘되는 큰 텀블러에 담아갔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장비는 세제와 생분해 수세미였다.
일회용품이 아닌 다회용품을 가져갔기에 설거지가 필수였으므로
자연에 해가 되지 않는 세제를 준비했고, 천연 수세미를 챙겨가 설거지를 해결했다.
이러한 용품 하나하나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실천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라는 것을 느꼈다.
이 모든 준비는 시간이 들었지만,
결국 캠핑이 끝났을 때 나는 쓰레기봉투 하나 없이 돌아오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자연 속에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며 마주한 예상 밖의 장점들
제로웨이스트 캠핑은 분명 불편함이 있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장점들이 하나둘 나타났다.
첫 번째는 짐이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일회용품을 쓰지 않으니 매번 버릴 쓰레기봉투나 여분의 물건을 챙길 필요가 없어,
오히려 수납과 정리가 훨씬 수월해졌다.
다회용기들은 캠핑 내내 계속 사용 가능했고, 정리도 간편했다.
텐트 주변이 지저분해지지 않으니 정돈된 캠핑 공간에서 훨씬 쾌적하게 지낼 수 있었다.
두 번째는 더 건강한 식사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미리 음식량을 정하고, 조리 과정을 단순화하면서 캠핑 요리는 오히려 신선한 재료 위주로 바뀌었다.
배달 음식이나 조리된 밀키트를 줄이고,
직접 재료를 손질해서 만든 음식은 환경에도 건강에도 좋았다.
나는 이번 캠핑에서 재래시장에서 산 제철 채소로 만든 샐러드와,
집에서 미리 준비해간 유부초밥을 먹었는데, 다 먹고 나서 남은 쓰레기가 거의 없었다.
세 번째는 여유로운 시간이 생긴다는 점이다.
매번 오랜만에 가는 캠핑이라며
많은 음식과 놀이거리를 사서 가져갔다.
하지만 막상 캠핑장에 도착해서는 시간에 쫓기듯 음식을 해먹고
놀이를 하고 즐기지 못한 것들은 쉽게 그 자리에 버리고 왔다.
이번에는 내가 먹고 즐길 수 있는 것을 욕심 내지 않고 가져가다 보니,
오히려 자연 속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제로웨이스트는 단지 환경을 위한 실천이 아니라,
삶의 가치를 다시 배우는 방식이라는 걸 깨달았다.
다음 캠핑을 위한 기록과 제로웨이스트의 진짜 의미
이번 제로웨이스트 캠핑을 마치고 나서,
나는 느낀 점을 꼼꼼하게 기록해두었다.
다음번 캠핑에서는 어떤 용품이 더 필요할지, 어떤 음식이 더 효율적이었는지
어떤 부분이 번거로웠는지를 적어두면 실천의 난이도가 점점 낮아지기 때문이다.
내가 이번에 놓쳤던 건 대체 쓰레기봉투를 챙기지 못한 점이었다.
일회용 비닐 대신 사용할 수 있는 생분해성 쓰레기봉투나,
재사용이 가능한 방수형 쓰레기 가방이 있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이런 작은 실수도 기록을 통해 다음 실천의 자산이 된다.
또한 이번 캠핑을 통해 나는 '완벽하게 실천하는 것보다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배웠다.
처음에는 ‘쓰레기 하나도 만들지 말자’는 부담감이 컸지만,
실천의 압박이 아니라, 가능성 안에서의 변화에 집중하니 훨씬 즐겁게 경험할 수 있었다.
자연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제공한다.
맑은 공기, 소리 없는 평화, 시원한 계곡물.
하지만 우리가 자연에 남기는 것은 때때로 너무 가혹하다.
제로웨이스트 캠핑은 그 균형을 맞추기 위한 작고도 강한 실천이다.
누구나 처음부터 완벽하게 할 필요는 없다.
작은 시작으로도 충분하다.
나 역시 그렇게 시작했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갈 것이다.
자연을 즐기면서 자연을 지킬 수 있다는 걸,
직접 체험해보면 당신도 분명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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